시칠리아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해변가의 시라쿠스 출신인 루치아는 카톨릭 박해의 막바지였던 4세기 초 고문을 받으면서도 믿음을 져버리지 않고 순교했고 순교중에 나타난 기적으로 성녀로 봉해 졌다. 그녀는 사진처럼 끔찍한 고문을 받는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더 대표적인 이미지는 두 눈알이 담긴 접시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대부분 그려져있다.

이는 그녀가 고문을 당하던 도중(혐주의)포크로 두 눈알이 도려내졌는데 바로 새로운 눈이 생겨난 기적을 표현한 것이다. 이 상징은 새로운 눈=빛=룩스(라틴어)=루치아=겨울의 빛(축일 12월 13일)과 연관되어 해석된다.

 

그럼 어떻게 산타 루치아의 유해는 베네치아로 오게 됐을까? (당연히 훔쳐..) 6세기에 교황으로 부터 기적을 인정받아 성인으로 봉해진 후 그녀의 유해는 비로소 8세기에 고향인 시라쿠스에 안치되었다. 하지만 머지 않아 11세기에 비잔틴의 마니아쿠스가 가져가 콘스탄티노플의 황제에게 바쳐진다.

황제의 도시에 있던 성인의 유해를 가져갈 수 있던 자들은 역시나 베네치아. 1206년 콘스탄티노플이 믿는 도끼에 의해 탈탈 털릴 때 베네치아 십자군을 이끌었던 도제 엔티코 단돌로는 그 수많은 보물과 성물 가운데 가장 원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시력을 거의 잃은 노년의 나이에도 연합 함대를 이끌고 비잔틴 황제를 상대로 압도적으로 유리한 협상(사실 겁박 후 강탈)을 이끌어낸 그는 빛의 성녀 루치아의 힘으로 시력을 회복하고자 유해를 가지고 베네치아로 돌아온다. 그뒤 종신직이었던 도제쉽에서 스스로 물러나 자신의 집무실 겸 관사였던 팔라쪼 두칼레를 건너편에서 바라보는 산 조르지오 수도원에 들어가 죽음 그 이후를 준비하면서 여생을 마무리한다.

그 이후에도 유해는 조각 조각 나뉘어 여전히 유럽 여러 곳으로 흩어졌고 두개골을 포함한 주요 유해는 오늘날 동명의 역이 있는 산타 루치아 성당에 비로소 안치된다. 1861년 이 성당이 지금의 역사 신축을 위해 철거 되었을 때 동쪽에 위치한 산 제레미아 성당으로 옮겨져 지금까지 남아있다.

유해를 옮기는 행사에서 베네치아 대주교와 교황이 될 요한 23세에 의해 그녀의 얼굴에 실버마스크가 씌워졌다. 1981년 7월 이 성당에서 도난된 유해는 알 수 없는 이유로 5개월 후 되돌아온다.

아마 베네치아를 찾은 사람이라면 스트라다 노바를 거의 지나가는데 거기 있으니 눈이 좋지 않으신 분들이나 주변에 안구 질환이 있으신 분들은 지나치지 말고 한번 들어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그냥 사진찍고 지나치기엔 베네치아 성당 하나하나엔 정말 길고 재미난 썰들이 많고 많다.

최근인 2014년에는 베네치아에 있던 산타 루치아의 유해가 고향인 시라쿠스로 일시적으로 옮겨져 고향 사람들과 대중에게 아주 잠시 공개되어 수많은 순례객들이 찾게 되었다. 실버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과 노출된 발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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