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녔던 초등학교 홈페이지를 우연히 들어가 보았다. 

뻔하디 뻔한 말들 사이에서 나를 놀래킨 건 다름아닌 숫자였다. 

'아니 요즘 아이들도 줄어다는데 아직도 한 반에 우리때랑 비슷한 수의 학생들을 모아놓았구나.'

하지만 이건 나의 착각이었다. 한 학급의 학생 수라고 생각했던 그 숫자는 다름 아닌 학년 전체를 학생 수였다. 

나는 이게 광역시의 위치한 초등학교인지 시골 분교인지 햇갈리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평균 50여명의 학생들이 각 학년마다 3개의 학급에 나눠져 있다. 

30년 전 내 초등학교 시절을 생각해보니 아연실색했다. 내 기억으로는 전체 학급수가 거의 10개의 가까웠으며 교실은 빈틈이 없을 정도로 아이들로 가득찼다. 

더 놀라운 건 교실 부족으로 인해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눠 학교를 다녔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내가 학교에서 본 아이들의 2배의 숫자가 동시에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말이다. 지금은 그게 사실이었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다. 베이비 부머 세대의 자녀들인 내 세대가 이러했다. 

2000년대 초반 초등학생들의 습격을 '초글링'이라고 표현한 말이 있었다. 하지만 그말은 옳지 않다. 80년말 90년 초 초등학생 수야 말로 저글링 만큼 흔했지 그에 비하면 21세기 초등학생 수는 울트라리스크 만큼 귀한 것이었다. 

나야말로 초글링 세대였었다. 

부디 지금의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발에 차이는 우리 세대보다 더 귀한 대접을 누리길 바란다. 대학에서든 회사에서든 어디서든. 

인구절벽이라는 말이 비로소 실감이 난다. 그래도 현재의 징병제, 값싼 인건비 등이 모든게 사라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것으로 희망을 갖는다. 



'비망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해 다짐  (0) 2018.01.02
아름다운 하루  (0) 2017.12.18
[기사 스크랩]무정한 신 아래서 사랑을 발명하다  (0) 2017.08.08
Mission of gravity  (0) 2017.08.08
쥐꼬리에 대한 경배/성선경  (0) 2015.12.1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