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경운동에 관련되신 분께 들은 이야기다.

"그곳에 가면 반할 수 밖에 없다. 내성천, 그리고 지율스님에게..."

지율스님은 예전 천성산 터널 공사를 반대하며 4차에 걸친 241일 간의 단식으로 유명하다. 한낱 '도롱뇽'이 죽는다고 2조원의 손실을 일으키고 자신 마저 죽는다는게 말이되냐는 비아냥이 그에겐 굶주림보다 더 큰 고통이지 않았을까 싶다. 옳고 그름은 모르겠지만 그보다 더 자연과 맺어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편, 그 아름답다는 내성천이 원래 모습을 볼 수 있는 게 올해가 마지막이란다. 바로 낙동강 수질 악화 대비와 물 확보를 위한 영주댐 공사의 위협때문이다. 

 공사 목적이 어디서 굉장히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나? 바로 가카의 필생의 역작 '사대강 공사' 홍보 찌라시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문구다. 사실 12년 전 폐기된 댐 계획이 2008년 사대강 공사와 함께 귀신같이 부활하여 현재 2012년 완공을 향해 진행 중이다. 
영주 댐과 내성천에 관한 기사는 여기(클릭)참조.   

영주댐 공사 현장. 거대한 규모로 지어지는 영주댐은 높이 55m, 폭 390m로 담수 1억 8100만 톤을 가둘수 있다. 완공되면 500여 세대가 물에 잠긴다. 이 곳도 내년이면 가카의 뜻대로 젖과 꿀이 흐르는 4대강처럼 된다는 소리. 출처:프레시안(최형락)


 
 
처음 듣지만 우리나라에서 제일 아름다운게 곧 없어진다니! 일단 마음부터 급해진다.

 해외도피가 머지 않은 지금, 안그래도 쏘다니고 싶은 곳이 많은데 이곳만큼은 절대 놓쳐서는 안되겠다 싶었다. 그럼 내성천은 도대체 어딘지 찾아봤더니 맥빠지게도 지금까지 100번은 더 갔을 나의 외가, 경북 예천을 끼고 흐르는 낙동강 지류였던 것이다! 얼마 전 1박2일에 소개되어 유명해진 회룡포도 바로 내성천이 휘감아 도는 육지의 섬이었다. 

 그러면 왜 나는 여태껏 내성천을 가볼 기회가 없었나? 이번에 내려가 예천에서만 70여년을 사신 나의 조모, 황모 할머니께 나를 그동안 그곳에 데려가 주시지 않은 이유를 여쭈었다. 

 "회룡포? 그기 머 볼끼 이따고..."
 
 아...그랬다. 나도 여행 중에 만난 호주 남자가 자기는 김치가 너무 맛있다고 하는 소리에 안타까운 눈빛을 보낸 적이 있다. 원래 항상 곁에 있는 것의 특별함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조강지처가 좋더라(클릭)'

 계획했던 날 역사에 기록 될 '오세이돈의 무상급수, 정지훈 강림'이 여행의 발목을 잡는다.

올해 여름도 참 볕 볼 날이 엄꾸나


 
 불안한 마음에 전날 직접 영주시 평은면사무소로 전화를 걸었다. '여긴 별로 안왔는데 요즘은 비가 얼마나 더 올지 통 모르겠으니 알아서 하시라'는 말씀에 한 주일을 미루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영주. 첫번째 목적지는 수몰예정 지역인 금강마을이다. 택시를 타고 들어가야 할 만큰 외진 곳이다.  

금강마을, 금광리라고도 한다.


  이 마을로 들어가는 다리를 건너가면 마치 시간의 경계를 넘어 온 듯한 느낌이 가장 먼저 든다. 주변엔 레미콘 타워를 제외하곤 강과 산, 그리고 기찻길 뿐이다. 주변의 산들이 마을을 넓게 감싸고 있고 내성천도 이 마을을 크게 휘돌아 흐르기 때문에 산과 강이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는 성채 역할을 하는 듯하다. 

마을로 들어가는 다리위에서 내려다 본 내성천의 아름다운 금모래


 이런 느낌이 드는 가장 큰 이유는 옛모습을 간직한 고택들이 마을 곳곳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세월의 흔적으로 비뚤비뚤한 옛 기왓장들이 얹혀진 진짜 기와집들에 마을 주민들이 그대로 살고 계신다. 


정주간이 분리된 팔각 지붕의 고택, 실제로 주민들이 거주 중인 집이 대부분이라 사진찍을 때 실례가 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이 집처럼 버려진 고택도 상당히 많다. 내년이면 마을에 물이 들어차기 때문에 이주를 서둘러야 하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보상문제가 많다고 한다


   좁다른 마을 골목길을 지나다 촌로 한분을 만나 인사를 드렸더니 무심히 지나치시다가 어디서 왔냐고 여쭈신다. 서울에서 온 학생이라고 하자 경계를 푸신다. 

 금강마을은 장씨 집성촌이다. 다 한 집안이다. 자신은 무려 17대째 살아온 자손이라고 한다. 자신의 가문이 평생을 가꿔온 마을을 떠나야 하는게 서글프다고 한다. 몸이 불편하셔서 직접 깎으신 지팡이를 쥔 손등엔 주름이 깊다. 

 이분이 바로 이곳의 이장이다. 당국에서 이분과 보상 및 이주금에 대해 협상을 하는데 요즘 외지인들이 끼어들어 돈 문제가 말썽이란다. 돈 앞에서는 형제고 부모고 없다는 푸념을 늘어놓는다. 이웃이 모두 형제간인 마을에선 실망도 클 것이다. 그분의 눈빛은 나와 같은 외부인이 어떤 위로의 말도 건낼 수 없을 만큼 깊은 시름이 담겨있다.     

  또 원래 계획에는 금강마을이 수몰대상 지역이 아니었으나 2008년 4대강 공사와 함께 확정된 현재 공사안에 의해 물속에 잠길 운명에 처해졌다고 안타까워 한다.

그럼 이 수많은 고택들은 어찌 될 운명일까?

 

마을의 골목길에서 본 기와 지붕들. 슬레이트 지붕보다 이렇게 빛바랜 기와들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마을이 오늘날 얼마나 남아있을까? 시장판과 민박촌이 되어버린 하회마을도 이곳만 못하다. 멀리 보이는 높다란 느티나무는 이곳이 예전 나룻터였음을 말해준다


마을 입구에 있던 다른 고택. 구멍난 창호지들과 굳게 잠긴 문으로 보아 오래전 주인이 떠난 듯하다


  
 마을에 워낙 적은 수의 주민이 살다 보니 이장님 외에 마을에서 마주치는 사람이 없었다.

고풍스러워 보이는 집이 눈에 띄어 찍고 싶은 마음에 누가 계신지 여쭈어봤다. 한 노부부가 선풍기 앞에 누워 쉬고 계셨다. 이제 곧 이사 가셔야 되냐고 여쭈었더니 자신들은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하신다. 
꼭 남아계실 수 있길 바란다. 이곳에 사시던 할머니, 할아버지를 둔 손자들의 기억도 사라지지 않도록.

 사람 뿐만 아니라 마을 곳곳의 푸른 벼이삭과 풋고추들, 그리고 신문지에 쌓인 사과열매들이 내년에도 이곳에서 다시 열리길 바란다. 
 

산소마다 꽂혀있는 흰 분묘이장안내문. 이런 시골의 이름 모를 분묘들의 처지가 도심 한복판 철거민의 처지와 다를 바 없다

 
 금강마을의 수많은 고택들 가운데 문화재로 지정된 것 중 하나인 '장씨 고택'이 있다. 사실 이마을에 장씨 고택은 수십채 일테지만 그중 이 집이 가장 규모가 크고 문화재 지정 후 지원을 받아 원형대로 보존이 잘 된 고택이라고 한다. 이 고택엔 할머니 한 분께서 살고 계시는데 양해를 구하고 구경을 하고 싶었다.
보다시피 대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안에는 기척이 없었다.
 

금강마을에서 꼭 보고싶었던 장씨고택. 주인 할머니께서 출타 중이시라 결국 구경을 못했다.

담장 너머로 들여다 본 고택의 대청마루. 정말 한번 다리 뻗고 누워보고 싶게 시원해 보인다.

 

 차라리 다행일 수도 있다. 아무 약속도 이유도 없이 온 나는 손님도 아니고, 이 곳은 관광지도 아니다. 그냥 이곳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머물러 있을 뿐이고, 나는 아니 온 듯 지나치는 것으로 만족한다. 
 이미 다녀오신 분이 소개한 글을 보면 자세한 내부를 알 수 있다. bluemir85님의 블로그 소개글

 

 다음 목적지는 수도리전통마을이다. 수(水)도리, 즉 물이 돌아가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하회마을과 같은 뜻이다. 이렇게 굽이쳐 흐르는 지천들은 넓은 모래톱을 낀 섬처럼 된 마을이 많이 형성되어 있다. 내성천과 낙동강 일대는 이런 넓고 아름다운 금모래톱을 끼고있는 그림같은 마을들이 산과 함께 어우러져있다.

이곳은 영주댐 바깥쪽 지역이라 수몰의 비극은 면했지만 댐이 완공된 다음 내성천의 유량과 유속이 변화되면 어떤 변화가 생길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이전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남아있기를 희망할 따름이다.  

원래 계획은 내성천을 따라 약 2시간 가량을 걸어갈 계획이었으나 폭염에 포기 하고 말았다.


 
 약 1~2시간 가량을 예쁜 금모래를 밟으며 걸어 가려고 했으나, 엄청난 폭염에 포기해야만 했다. 마을 앞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시는 한 아주머니를 만났는데 하루에 3대 오는 버스가 곧 도착한다고 해서 버스를 탈 운명이라며 받아들였다. 

 그 분은 금강마을에서 태어나 살다 다른 도시로 시집가셨는데 오늘 어머니를 뵈로 오신거란다. 그분이 알려주시길, 앞으로 금강마을의 다른 집들은 모두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문화재로 지정된 장씨 고택에 사시는 분은 정작 보상을 못  받는 다고 한다. 이유는 그 집이 개인이 점유하고 있지만 문화재가 된 이후로는 개인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문화재 건축물을 있는 그대로 옮겨 짓지도 않을 망정...

 이해 할 수 없는 논리로 씁쓸해진 기분을 뒤로하고 수도리마을 쪽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영주댐 공사현장을 지났다. 높은 가설벽으로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다. 야적된 골재만이 밖에서 보이는 전부다. 심지어 공사 개요나 건설 회사 이름 조차 보이지 않는다. 논란이 되는 공사에는 시공사의 이름을 절대 공개하지 않는 것은 삼성의 전매특허 꼼수다. 정말 눈물겨운 회사 사랑이 아닐 수 없다.(영주댐 착공! 삼성과 일괄계약!-경북뉴스 기사) 

 이렇게 작고 강폭은 넓은 지천에 이런 큰 댐이 반드시 필요한지 정말 주변을 보면 이해가 되질 않는다. 관련 MBC 보도

길가에서 만난 새빨간 열매. 뱀딸기 인지, 복분자인지 확실히 모르겠다. 그래서 일단 입에 넣어봤다. 사람이 먹을 만한게 못 된다. 똥인지 된장인지는 꼭 먹어봐야 아는 건 아니었다.


 버스에서 내려 차도를 따라 30여분을 걸으면 축구장 여러개 크기의 모래톱을 끼고 있는 수도리 전통마을이 나온다. 푸른 하늘과 강, 초록의 산,  금빛의 모래 그리고 검은 기왓장들, 단지 이 네가지 색만이 한눈에 들어 온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역시 듣던 대로 어딜 찍어도 작품이 되는 풍경이다.

 수도리 전통마을은 금강마을에 비해 손을 많이 탄 곳이다. 규모도 상당하고 정비가 잘 되어있어 관광지의 느낌이 금강마을보다는 많다. 하지만 상업시설이리곤 알아보기 힘든 식당 하나와 자판기 하나 뿐이라 옛날 느낌 그대로다. 잘 보수되고 보존된 고택의 수는 훨씬 많고 대부분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입구에서 관광안내소라고 쓰인 문을 들어서면 나오는 고택 안쪽의 대청마루에서 한참을 앉아 쉬었다. 시간을 초월한 공간에 있는 느낌이다

어딜 가나 이렇게 잘 보존된 고택들을 볼 수 있다. 대부분 마당과 정원이 잘 정돈되어 있고 사람도 꽤 찾는 곳이다.

  
 

활짝 열린 대문안으로 보이는 정원과 텃밭이 예쁜 고택. 벽에 기대어 놓은 연장들과 농기구들이 너무 정감있어 보인다

수도리마을 대부분의 기와지붕이 최근에 교체되어있다. 하지만 지붕을 제외하고는 지어진 그대로 보존되어 주민들이 사용하고 있다. 이집 어르신은 양봉을 하시나 보다

대부분의 고택엔 왼쪽에 보이는 것 처럼 지정된 문화재 안내가 설명되어있다. 대청마루의 파란 모기장 속에 누워 밤하늘을 보며 잠들면 좋지 아니하겠는가

제방을 따라 자료전시관으로 향하는 길, 새 모형의 나무 조각들이 길을 안내한다. 넓은 모래톱과 강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암튼 새 모양이다

강폭이 넓어지면서 흐르는 방향이 바뀌는 곳, 안쪽으로 드넓은 금모래밭이 있다. 물이 맑고 모래도 깨끗해 뛰어들고 싶다

 

옛날부터 이용했던 외나무다리. 장마철엔 물에 잠겨 떠내려가서 걷어낸다. 반대편에 누가 오면 그가 다 건널때 까지 기다려야 내 차례다. 바쁠게 없이 사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작품

 

모래톱에서 마을입구쪽 다리를 바라본 모습. 이곳 역시 주변은 산과 강이 둘러싸고있어 아늑하기 그지 없는 마을 분위기다.


 고등어의 천적, 전설의 간잽이 이동삼 선생의 후예들이 장악한 하회마을 입구보다 더 훨씬 더 조용하고 아늑하다. 하회는 하회 대로, 수도리는 수도리 대로, 금강은 금강 대로 이대로 남아있으면 한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내성천이 더 이상 관광지로 알려지지 않았으면 한다. 사람이 많이 몰려서 좋은 것은 하나도 없다.

 당일치기 여행이라 마음이 조금 급해진다. 마지막 목적지인 예천 회룡포가 남았기 때문이다. 영주서 예천은 버스가 제일 좋다. 시골집 가는 길이라 마음은 한결 편하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예천을 다닌지 30년 만에 마침내 처음으로 회룡포를 가게되어 설렌다. 

 요즘은 티비덕분에 회룡포가 많이 알려져 사람들이 많이 찾지만 불과 몇년 전만 해도 길도 제대로 나있지 않는 곳이었다. 회룡포 건너편 모래밭도 동네 사람들이 복날에 개나 삶아 먹으러 왔지 외지인이 찾는 그런 곳이 전혀 아니었다. 

 암튼 할머니댁에 들러 차만 가지고 후다닥 나와 회룡포 전망대로 향했다. 서울로 돌아갈 버스가 3시간밖에 남지 않은게 한스러울 따름이었다.

 다행히 날씨는 개었으나 강물이 불어 회룡포의 명물인 뿅뿅다리가 물에 잠겨 보이지 않았다. 복날이 아니라 개 삶아 먹는 사람은 없었지만, 코펠에 라면  삶아 먹는 사람들은 꽤 부러웠다.

이 가운데 쯤 뿅뿅다리가 물속에 잠겨있다. 건너편이 회룡포 마을이다. 물이 차갑지 않다. 수심이 얕아서 햇볕을 받아 수온이 올라간듯 하다. 수영하기 알맞은 온도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회룡포의 위엄! 내성천 여행의 클라이막스. 마을엔 손가락으로 셀수 있을 만큼 적은 가구가 살고있다. 여름에만 볼 수 있는 벼그림. 상모를 돌리고 있는 두명의 남자가 보인다.

어떻게 강이 저렇게 흐를 수 있는지 경이롭다. 어딜 둘러봐도 푸르다. 무엇보다 눈이 호강한 하루였다

 

 회룡포를 끝으로 당일치기 내성천 답사를 마쳤다. 여유가 있고 날씨가 도와준다면 강모래를 걸으며 며칠동안 도보여행을 해도 더 없이 좋을 코스다. 하루 정도는 수도리마을 민박집에서 자는 것도 멋질 것 같다. 급할 것도 없고, 서둘러 봐야 할 것도 없이 그저 강과 그 강을 따라 존재하는 것들 속을 지나 오는 것으로 충분하다.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은 종종 그것의 대체물에 대한 기대로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누군가에게서 무언가를 빼앗을 때 그에 상응하는 다른 것을 약속한다. 그 약속이 지켜지는지, 그것이 잃어버린것의 가치에 합당한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잃어버린 사람들의 목소리는 작아지고 그래서 잊혀질 뿐이다. 

 여행을 마치고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나는 이런 오래된 것들이 좋다. 오래된 것들과 함께 있으면 그것이 존재했던 시공간을 넘나들어 과거를 만나는 기분이다. 그래서 오래된 것들을 찾는다. 고택도 너무 좋다. 하지만 내가 거기에 살 수 있을까? 지나는 이가 보기에 좋은 것이지 불편을 감수하고 가꾸고 보존하며 살 수 있을까?

 그것들은 보기 좋으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는 사람의 삶 그 자체다. 그런데 밖에 있는 사람들이 잘 지켜라, 오래 써라 바랄 수 있는 것 일까? 수도리마을 다녀오신 어느 블로거의 글을 보았다. 다 좋은데 경운기와 트럭이 집 마당에 세워져있어서 보기가 싫다고 한다. 문이 잠겨 집안을 볼 수 없다고 한다(집주인이 언제부터 항상 열어 놓던 문을 잠궈놨을까?). 플라스틱 빗자루가 눈에 거슬린다고 한다. 전통이 아니라고.

전통은 관념이 아니라 삶이다. 제삿상에 치킨이 올라가든, 만두가 올라가든 '쌍놈 제삿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마을은 관광지가 아니라 삶의 터전이다. 함부로 내 눈에 거슬린다고 그들에게 불편을 강요할 수 없다. 남의 여자친구가 뚱뚱하니 다이어트 하라고 지적하는 것이랑 뭐가 다르겠는가? 
 그집에 사는 분들은 대부분 노인들이다. 그분들이 돌아가시면 누가 그분들 처럼 제 몸의 일부인 마냥 돌보며 지켜나갈 수 있나? 내가? 그분들 자식들이? 돈 주고 사는 사람이? 

 남아있는 옛 것은 보라고 만든게 아니라 쓰기위해 만들어져 그중에 계속 쓰임이 남아있는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쓰임이 없다고, 내가 보기 좋지 않다는 이유로 빼앗고 고치려하는 것은 매우 주제넘은 짓이 아닐까? 

 옛 것의 쓰임을 잘 아는 이, 가장 오래 써왔던 이에게 묻고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옛 것을 지키는 일의 원칙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귀한 것 일 수록 쓰임을 잘 알아야한다. 안그러면 맞을 수도 있겠다



 자, 내성천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 다녀와 봤더니 사라지는게 너무 안타깝다는 사람, 착한 일 해보고 싶은 사람 모두  여기로 들어가 보시라. 
 이제 당신도 맞선 보러 가서 '시골에 땅 좀 있다'라고 당당히 말 할 수도 있는 능력남, 매력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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