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를 만났다. 

이탈리아에서 1X년째 지냈다는 그의 몸에서는 여전히 가시지 않는 냄새가 있다.

나 역시 한국을 벗어나 자유주의와 개인주의의 바람에 희석시키고 싶었던 바로 그 냄새.

인사와 함께 시작된 첫 5분간의 대화의 형식을 취한 그의 난데없는 충고는 나를 순식간에 한국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 짧은 시간 만에 그는 능숙하게 나를 자신보다 아래의 위계로 시나브로 밀어 넣으려 했다. 

눈치는 없지만 이런 종류의 서열 정리는 동물적으로 알아채는 능력을 체득한 내 머릿속은 경보 신호로 요란하다.

틀에 박힌 패턴들. 

고향이 어디냐. 말투를 들어보니 딱 알겠더라. 연이은 슬쩍 말을 놓기. 

그래도 비록 자신은 가까운 지역 출신의 선배지만 (정작 자신의 출신은 말 않는다.) 초면에 상대의 나이를 물어보는 무례를 범하지 않은 세련된 매너의 소유자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신참 하나를 발견하고 자신이 그동안 피눈물 흘리면 깨달은 진리를 너를 위해 미리 알려주겠다는 듯한 그의 따뜻한 배려심에 알러지 반응이 일어 나는 자꾸 옆 사람에게 구조를 바라는 눈빛을 보내본다.  

서글펐다.


내가 느꼈던 좌절감이 너를 피해 갈 리 없다.

너도 그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너도 알아야지.

혹시나 너의 좌절감이 너를 피해가거나 나보다 작아선 안되. 

그래서 너는 나의 충고를 들어야 하지만 내 충고대로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나이를 불문하고 내가 짧은 해외 체류 중 만난 남자 '인생 선배'들은 대부분 교묘하게 아니면 노골적으로 어떤 식으로 든 나에게 저 뜻을 전하지 못해 안달이 나있었다. 

어느덧 나는 이들의 냄새를 잘 맡게 되었다. 굳이 냄새를 맡을 만큼 가까이 있지 않아도 멀리서 관상만 봐도 알아 채는 능력으로 발전하고 있다. 꽤 유용할 것이다.    

동시에 내가 풍기는 같은 냄새를 알아차리지 못해 항상 두려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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