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돌아왔다.

포르투에 처음 온건 2011년이다. 그때도 도망치듯 왔다. 운이 좋았다.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다. 친절한 사람도 많았다. 

많은 걸 보고 겪었다. 다양함 속에 있던게 가장 큰 행운이었다. 

4년 후 나는 다시 도망치듯 베네치아로 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처지가 부끄러웠다. 남들에게 말하고 싶지도 않다. 

포르투에 도착한 첫 며칠은 빨간 철문의 호스텔에서 머물렀다. 계단을 오를 때 설레임과 넓고 편안해 보이는 로비가 아직도 생생하다. 브라질에서 온 것 같은 중년의 여성이 행운을 빌어주며 웃음을 잃지 말라고 다독여줬다.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코너에 있는 과일가게에서 사먹었던 자두와 바나나. 믿을 수 없을 만큼 저렴하고 달콤했던 과일들. 이런 호사를 놓치고 싶지 않아 이곳을 그리워 했다. 내 모습은 여기서 멈춘 채로 남겨져 있었다. 나는 그걸 주으러 간 거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때 우연히 마주친 행운이 다시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포르투에는 수준높은 그라피티가 많다. 다 작품이다. 

사웅 벤뚜역 근처의 오르막

왜 아직도 브라질 노예가 연상되는 그림을 저렇게 버젓이 걸어두고 있을까? 브라질은 서쪽인데 가게 이름은 오리엔탈이다. 제대로 된게 하나도 없는 곳이다. 

19세기말, 20세기 초의 아이언 구조물은 포르투갈에 아직 많다. 전쟁 중 물자 조달을 위해 녹이지 않아서 다른 유럽 도시들 보다 많이 남아있는 것일까? 아열대 나무와 함께 서있는 모습도 좋다. 

흔치 않는 유로 성당. 사웅 프란시스쿠 아씨씨 성당에 딸린 카타콤. 내부의 장식은 거의다 금박이 씌워져서 화려하다. 대서양 무역의 이익을 금으로 바꿔 성당을 꾸미는 데 많이 쓴 모양이다. 베네치아 처럼 항해를 평생했던 사람들이 많아서 먼 길을 떠날때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을 것이다. 그만큼 성당도 많이 짓고 거기에 바친 재물도 많았나 보다. 

재산이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 카타콤에 묻히고 싶어했지 않았나 싶다. 

바닥에 버려지듯 깔려있는 유골들이 기괴하다. 왜 유해들을 함부로 방치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중요하지 않는 사람들과 카타콤의 셀을 살 여력이 안되는 사람들은 그냥 저렇게 아무렇게 뒤섞이더라도 성당에 안치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닐까 싶었다. 

밖에서 본 사웅 프란시스쿠 성당의 에잎스 부분. 포르투갈 북부에서 흔히 보이는 아기자기한 고딕. 

바로 옆에 있는 구 상공회의소와 주식거래소. 복원을 마치고 부유했던 포르투의 기억을 잘 보여준다. 서양의 권력은 역시 돈에서 나온다. 동양에서는 돈을 갖기 위해 권력을 이용했고. 

19세기 말에 유럽 저택, 성에 유행했던 모로코양식의 방. 코란의 문구가 아라빅으로 몰딩이 되어있다. "오직 신은 알라뿐이다" 라는 성스러운 말도 한낱 장식품으로 소비되었을 뿐이다. 그 당시 유럽 국가들은 자신들의 우월함이 무슬림 국가들의 위협에 전혀 굴하지 않을 거라는 걸 굳게 믿었기 때문에 나오는 여유였을 것이다.    


싸이의 음악적 가치나 인격은 논외로 하고도 그의 인지도만큼은 아직도 유효한 자산이라 폐막식에 깜짝 등장해도 멋졌을것 같다.
하지만 그 강남스타일을 지난 몇년간 동상 설립, 두유노우싸이?등과 같이 오용해오느라 한국인들 사이에서만 어느새 부끄럽고 저질스러운 것이 되어버린 것 같다.
싸이 카드는 기획 단계에서도 참 버리기 아까운 카드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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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 포스트가 쓰러져 베네치아 방향 폰테 델라 리베르타가 막혔다. 

트램 전원 공급선도 함께 쓰러져 트램도 운행이 어려울 것 같다. 

아마 강풍때문에 베이스가 인발 된듯. 

처음 보는 사고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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